성의 위기는 바야흐로 완전한 전기를 맞았다.
바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때문이다.
30년전 데몰리션맨이라는 영화에서 가상현실 장치를 달고 가상의 짝짓기를 하는 장면이 미래상으로 그려졌는데 이제는 진짜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다.
반어적이게도 상당한 인류의 진전은 성산업과 무기산업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필수품이 된 인터넷도 군사용에서 시작된 기술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성산업이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연히 건전한 쪽으로만 활용되길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횡행할 것이다.
목소리를 복제하는 인공지능도 본격적으로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피해사례가 양산될 것이다. 어렵게 누구를 사칭할 필요도 없이 자녀의 목소리로 부모를 속이는 것은 식은죽먹기다.
딥페이크라는 훌륭한 기술도 당연히 성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딥페이크를 성적으로 악용한다고 기술발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에 35명이 비명횡사하는 걸 막을 수 있는데
바로 차를 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도 자동차를 포기하지 않고 35명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적절히 조심히 자동차를 운전한다.
인공지능으로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이지만 다른 쪽의 그늘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성문제와 맞딱뜨리게 되었다.
단순히 치마밑을 사진 촬영하는게 문제가 아니고 평범한 누군가의 얼굴로
다양한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
연일 뉴스 한켠을 차지하는 딥페이크 범죄는 곧 광범위해져 더이상 뉴스거리로 다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주스쿨의 대표인 두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성교육을 주창하며 <챗GPT 성교육>이라는 책을 냈다.
챗GPT는 오늘날 초기 인공지능 시대의 상징이 된 말인데
사람이 말하면 그에 걸맞는 대답을 해주는 램프의 요정같은 챗팅 프로그램이다.
사람과 사람을 중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모든 사람을 상대하며 원하는 답변을 주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상징하는 말과 성교육을 합친만큼
과거의 성교육과는 분명 달라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두명의 저자는 성교육을 곧 인권교육이자 인성교육의 하나로 볼 정도로
많은 가치를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책에는 신체와 생식기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생식기를 넘어선 성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성교육의 범위를 넓혀 성문제에서 인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치교육으로
아이들을 올바르게 길러내고자 하는 목적의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시도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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