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245

이제 오븐을 켤게요를 읽고, 문현준, 이소노미아, 2025.

저자에게 빵만들기는 취미와 직업 어디메쯤에 위치한 일이다.본격적으로 빵만들어서 먹고살만할 정도로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지는 않고그렇다고 취미라고 하기에는 을지로에 빵만드는 작업실을 갖고 있으면서하루수업(원데이클래스) 같은 걸 운영하기도 한다. 빵섭취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빵에 대한 이야기까지 좋아하면서빵만드는 공간을 가져보는 상상을 해보고그밖에 타인이 겪고 쓴 신변잡기(=수필)에도 관심을 갖고 재밌게 읽을 수 사람이라면이 책이 딱 안성맞춤이다. 너무 전문가의 광활한 식견과 설명글은 다소 부담스럽고동네산책처럼 가볍게 한걸음 한걸음 빵의 세계로 걸어가보고싶은 마음을 평소 품고 있었다면 과감히 펼쳐들어도 좋다. 독일 교환학생으로 있을때의 경험을 풀어낸 이야기는 별미가 되고아직 근본없는 현대화로 윤색된 멋없음을 ..

중국 기행을 읽고, 김구용, 행복우물, 2025.

때는 2003년코로나19에 앞서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라는 전염병이 중국을 휩쓸던당시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저자는 학교 봉쇄령이 있자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중국 배낭여행을 시작한다. 베이징에서 시작한 여행은 상하이에서 마무리했는데중국 국경에 가까운 둘레길을 여행하면서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진짜 중국을 목격한 기행을 담은 책이다. 여행시기는 2003년이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서술했기 때문에일차원적인 과거의 평면이 아닌중국의 입체적인 변화를 따라가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행 동안 벌어진 일이 모두 흥미로 가득찰 수는 없다.그래서 기록에만 충실한 여행담은 지루한 일기장이 되기 쉽다. 그렇다고 후배 여행자를 위한 깨알 정보를 미주알고주알 일러주는 책과도 다르다.저자는 중국의 변경을 여행하면서 낯..

나는 지구를 살리는 흙먼지야를 읽고

먼 아프리카 사막에 있는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지구를 날아다니며 지구의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네가지 기본원소에 흙을 포함시켰다.한국에서 흔히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간다고들 하는 말도 있는 걸 보면흙이 생명의 원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에서는실제 흙먼지가 인과 철을 실어나르며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아마존의 식물에 커다란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증명된 과학적 사실을 설명해준다. 발 밑에서 풀풀 날리는 흙먼지 따위가지구를 살리고 죽일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채 몰랐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과 물질 모두 괜히 있..

미국 간호사로 살아남기를 읽고, 고세라 외, 라온북, 2025.

의료인에 대한 전세계적인 구인현상은 꾸준하다.인간의 장수와 함께 그만큼 건강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최근에는 도시화와 온라인화로 인간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연신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경우도 올해의 키워드를 '불안'으로 정해도 싶을 정도로정신건강에 위기를 겪으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찌기 우리는 1960-7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만명이 넘는 간호사를 독일에 파견한 적이 있다.지금은 그때와는 목적이 다르지만자신의 꿈과 새로운 미래를 위해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똑같은 일을 타국에서 하는 선구자들의 경험담을 듣고 그 발자취를 좇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에그들의 경험담은 한국의 동종업계 종사자나 지망생들의 관심과..

고민이 사르르 유령 아이스크림을 읽고, 칸나, 다그림책, 2025.

2024년 제24회 일본 그림책 대상 영예에 빛나는 한권이 2년만에 국내에 소개되었다.참고로 일본 그림책 대상은1995년에 제정되어 전국 학교도서관협회와 마이니치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상이다. 유령이 숲속에서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둘러싸고유령과 동물들의 우정이 합세하여 밤마다 온 숲속의 동물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성탄절에 산타 할아버지가 순록 열매를 타고 세상의 착한어린이 집을 방문하여 선물을 준다는산타 신화에서 가져온듯한 설정으로익히 아는 이야기에서도 얼마든지 새롭게 매력적인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민을 가진 동물이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는 유령의 착한 마음은누구라도 자신의 장점으로 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결국엔 서..

잘 통하는 보고서 작성의 비밀을 읽고, 임영균, 한빛미디어, 2025.

2017년부터 기획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낸 것으로 시작하여일잘하는법, 말잘하는법, 신입생활잘하는법, 보고서잘쓰는법 등회사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여러 방법을 연구해서 부지런히 책으로 펴온 저자는 최근 5년동안은 기획과 보고서 작성 강의라는 한 우물만 파며송곳처럼 날카로운 기획/보고서 작성 전문가로써 그간의 담금질 결실을 또 한권의 책에 담아 선보이고 있다. 본책은 '1000만 직장인을 위한' 총서의 두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같은 출판사에서 작년에 출간한 '1000만 직장인을 위한 보고서 문장 기술 27가지'(부제)에 이어 이번에는 '성공적인 보고서 작성의 4가지 조건'을 언급하면서 연이어 보고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지는 결과, 현황, 기획보고서 작성법을 설명한..

부동산 투자 황금 로드맵을 읽고, 김사부, 다산북스, 2025.

김사부라는 별명으로 부동산 업계에서 이름있는 김원철씨의 신간이다.부동산 가격이 천장을 깨고 비정상적인 거품을 형성하기 전인2007년 한국에 불어닥칠 부동산 광풍을 예측이라도 하듯이라는 처음 자신의 책을 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해당도서는 2016년과 2022년 개정3판까지 내며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많이 변했다.만연한 부동산 투기는 한국사회에 어두운 미래를 드리우고 있고정부가 두눈 뜨고 관망할수만은 없기 때문에예전처럼 주택을 양껏 매점매석할수 없게 되었다.또한 정보공유가 즉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부동산이라는 매력적인 멋잇감을 나만 알아볼수 없는 상황이다.게다가 똑똑해진 대중들이 비슷한 움직임을 갖기 때문에 부동산 사이클이 명확해졌다는 점이 이전과 다른 점이라고 저자는 ..

초록 그늘 아래서를 읽고, 황규섭, 책과나무, 2025.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한 동화작가이자숲해설가로 활동중인 저자가숲에 사는 벌레와 초목과 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산림 교육 전문가라고는 해도과학자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지라 감상에 흐르는 문학에 가까운 에세이일 것이라 생각할테지만숲에 보금자리를 꾸민 동식물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 내공이 담겨있다. 인간은 점점 숲과 멀어지고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도배된 도시에 갇혀자신도 모른채 점점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이름모를 병들의 상당수가도시를 벗어나기만 해도 완화되는 걸 보면 자연으로 대표되는 숲과 인간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같이 살아야 함이 타당하다. 당장 콘크리트 더미에서 빠져나올수는 없지만언젠가는 이웃으로 지내야할 숲에 대한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이음새 ..

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을 읽고, 고구레 다이치, 갈매나무, 2025.

예를 들어 축구의 재능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그라운드를 잘 누비는 능력과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잘 누비도록 하는 능력이다.전자는 선수로서의 재능이고 후자는 감독으로서의 재능이다.놀랍게도 한 사람이 선수일때와 감독일때의 재능은 같지 않다. 별볼일 없는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 될수 있고훌륭한 선수가 별볼일 없는 감독이 될수도 있다는 걸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회사로 바꿔 말하면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상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많은 회사원들이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그렇다면 그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저자는 단호하게 두루뭉술하게 잘하라고 하는 건 좋은 상사가 아니라고 말한다.직원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훈훈한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업무 잘하기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업무를 지시할때는 명확..

초역 명상록을 읽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각주, 2025.

명상록은 로마의 최전성기를 이끈 다섯 황제(오현제)에 포함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지은 책이다.그는 후기 스토아 학파의 주요인물이기도 한데기원전 3세기에 나타난 초기 스토아철학은 논리/물리/윤리학 분야를 체계화하고중기 스토아철학은 실용적 윤리 철학으로 전환시켰으며이후 아우렐리우스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내면 수양과 윤리적 삶에 집중하는 쪽으로 변화한다. 스토아철학의 본질은 쉽게 말해 감정에 휘들리지 않는 내면의 단련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통제불가능한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자신의 가치관과 선택과 태도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명상록이 어떤 관점에서 쓰였는지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명상록이 아니라초역 명상록이다. 초역은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 번역한 것을 말한다. 원래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