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만화로 쓰는 시를 읽고, 하마탱, 호밀밭, 2024.

도서관돌이 2024. 10. 12. 16:00

얼핏 시 쓰기를 만화로 가르쳐준다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는 제목이지만

책을 펼치면 만화가 들어간 시집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시화집이라는 말에 따르면 시만화집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툰포엠'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하마탱은 최인수 만화가의 화명으로

하마를 닮은? 자신의 캐릭터 이름인듯하다.

하마탱은 책에서도 주인공 등장인물로 계속 그려진다

최인수 만화가는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이자 영산대 웹툰학과 교수로 있다고 한다.

 

세상사에서 일어나는 갈등 탐구를 즐겼던 만화가는

나와 가족, 사회로 범위를 넓히며 시를 쓰고 만화를 그렸고

일상-가족-세상이라는 큰 테두로 범주화하여 시를 담아냈다.

 

작가는 시를 썼다고 하지만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짤막한 단상을 시의 형식을 빌어 구체화시킨 에세이처럼 읽힌다.

그림은 완전히 만화체도 있고 보통 일러스트라고 부를만한 그림도 있다.

 

만화가니까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시만화집을 낸 것은 참신하지만 각 시의 제목의 상당량이 영어로 되어 있는 점은 아쉽다.

are you sleep, frozen sky, swings, catch a dream, winter is going...

 

시는 언어 표현의 정수를 보여주기 마련인데

너무 쉽게 영어에 자리를 내준 것은 아닌지...

 

영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님에도 마구 쓰인 영어제목에

당연히 시의 전달성도 떨어지고 독자가 받아야 할 감수성의 진폭도 협소해진다.

 

사족으로 책을 낸 호밀밭 출판사는

모든 게 수도권으로 몰린 대한민국에서 부산을 근거지로 두고 있다.

왠지 서울 주소가 아닌 호밀밭 출판사가 아스팔트를 비집고 나온 한 줄기 초록풀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