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좌충우돌 직장인 레시피>를 읽고, 박진우, 형설출판사, 2021

도서관돌이 2021. 6. 8. 13:28

흔히 직장인이라면 사무직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사무실의 직장인이 쓴 업무 레시피는 아니다.

'레시피(요리법)'라는 책제목에 내용에 대한 힌트가 있다.

 

호텔경영을 공부하고 도피하듯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음식업에 도전하고 현재까지 업계에 몸담고 있는 저자의 수기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가 이야기한대로 아주 야무지게 꾸며진 글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현장에서 구르고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 몸으로 느낀 삶이 녹아들어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분야는

요식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해서 폐업률도 높은데 

절반이 6년안에 나가떨어지고 85%는 10년안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시라.

십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음식점이 몇개나 되는지를..

 

저자가 음식업에서 버텨온 저력은

본질은 무엇인지 끊임 없이 질문하고

통찰력을 발휘해온 덕택이다.

본사에서 포기한 가게를 되살리고

옆자리의 경쟁사를 제치고

때에 따라서는 사람을 바꾸고

상황에 따라 저자는 이익보다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직원들과 같이 노력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시의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서 목적을 달성한다.

 

먹거리 장사꾼이 썼다고 해서 후배 요식업자에게만 유용한 이야기가 담긴 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을 하는데 있어 원리가 적혀있다.

식당을 이용해보면

이 가게는 오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사장이 아주 돈이 많아 그냥 취미로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생계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무시하고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로 보낸다.

당연히 손님이 그곳에 두번 갈일이 없다.

그렇게 식당 사장은 큰 손해를 보고 폐업의 수순을 밟는다.

 

먹는 것을 팔면서

음식은 뒷전이고 

원자재를 아끼고 인테리어를 꾸미고 할인쿠폰을 남발하고 직원에게 매상을 닥달하는

사장에게는 폐업밖에는 없다.

아주 목을 잘 잡아(군대훈련소 앞) 끊임없이 뜨내기가 들고나는 곳을 제외하고

한번 방문한 손님이 다시는 가지 않는 식당은 반드시 망한다.

 

이런 당연한 진리를 외면하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진리를 실천할 주제는 못되니

거짓된 술수로 단기간 매상은 올릴 수 있어도

폐업을 피할 수는 없다.

 

음식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근본을 건드리지 않고는

반드시 실패가 뒤따른다.

일을 사랑하지 않고 돈만 좇는 사람은 망하거나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음식에만 꽂힌 사람이 아니다.

스티브잡스가 기술에 인문학을 접목시킬 것을 강조하면서

독서하는 사람이었듯이

평소 다방면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고임없이 흐르고 이끼 끼지 않고 계속 굴러가는 가장 손쉬운 방편이 독서이다.

 

거두절미하고

조만간 식당을 여는데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라고 묻는다면

예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