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독서일기

'나의 나무 아래서'를 읽고...

도서관돌이 2011. 10. 19. 15:42

 

<나의 나무 아래서 / 오에 겐자부로>

 

요즘 학교에서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게 된다. 반에서 제대로 수업을 듣는 학생은 거의 없고,

학생과 학교교사가 서로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비단 남의 얘기만로만 들을 수 없는데, 나 자신부터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학교를 싫어했던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최근에 읽은 <나의 나무 아래서>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의 답답한 교육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육에세이다. 저자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오에 겐자부로.

자신의 유년시절과 장애아인 히카리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쓴 에세이라서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는 서두에서 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가? 란 질문을 던지고는 장애를 가진 아들인 히카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게 되고, 음악을 배우면서 자신을 사회와 연결하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은, 자기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시켜 나가기 위한 언어이며, 이것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런 배움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인용하며 설명한다.

<메논>에서 소크라테스가 계속 질문을 던지며 소년에게 기하의 도형에 관해 가르치듯이, 선생의 역할은

학생이 말로는 할수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점철된 우리의 현실을 되새겨 보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숲속에서 나무의 이름을 외우며 지냈다. 그리고 나무 위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성장했다. 그는 책에서 인용된 부분을 옮겨 적었다가, 후에 그 부분이 담긴 원서를 찾아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책과 책사이를

넘나들었던 자신의 공부방법을 들려준다. 자연과 벗하며 스스로 책을 읽었던 유년시절의 경험이 그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새삼 느껴진다.

 

아이들의 자살에 대해 논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저자는 아이에게는 '돌이킬수 없다!'고 하는 일은 절대 있을수 없다고 말하며,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보는 힘'을 가지라고 권고한다. 그 자신, 지적 장애를 가진 히카리가 태어났을때 많은 걱정을

했지만, 지금 히카리는 훌륭한 작곡가가 되었다. 히카리의 경우처럼  도무지 풀수 없다고 생각했던 어려운 문제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쌓이니 깨끗이 풀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속엔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생각하는 한 작가의 삶과 사상이 고스란이 들어있다.

일본이 자행한 침략전쟁의 반성을 촉구하며, 자국의 교과서에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지우려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등,

양심있는 지식인의 자세도 엿볼수 있다. 정말 값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