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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핑컬스타인, 닐 애셔 실버만의 <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는 낯선 이스라엘의 지명들이
많이 나와서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나, 성경지도를 한쪽에 두고 끈기 있게 읽어나가면 구약성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던져준다.
' 고대 이스라엘인의 조상은 성경에 언급된 대로 외래 민족이었을까? 족장들은 실존 인물이었나?
가나안 정복과 이집트 탈출은 실제 일어난 사건인가?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은 존재했는가?
모세 5경은 과연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에 고고학적 발견을 토대로 답을 제시한다. 그리고 구약은 정확한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기원전 7세기 유다와, 포로시대 이후 예루살렘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직면했던 각종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창작물임을 역설한다.
또한 구약의 집필 시기와 이를 작성한 세력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내서, 구약을 관통하는 이념 또한 밝혀낸다.
책을 완독한 후엔 정말 구약성서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읽을 때 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스라엘의 전통이 원래 유일신 신앙이 아니라 다신교 신앙이었다는 주장이다.
기원전 7세기, 새롭게 유일신 숭배를 앞세운 개혁새력은 이스라엘 전통인 다신교 신앙이 민족의 통일과 예루살렘 중심의
중앙집권화를 방해한다고 여겨, 이를 이단이라 취급하여 탄압했다. 열왕기 상, 하에서 여호와를 숭배하지 않고 다른 여러 우상을
섬기며 종교적 다원주의를 고수한 왕들은, 실은 악한 왕이라기보다 이스라엘 전통과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한 왕이라고 한다.
나는 2008년 말에 성경 읽기를 시작해서 최근에 구약을 3독했다. 성경을 읽으며 기본적으로는 복음주의적 입장의 주석을 참조하고
있긴 하지만, 성경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면 이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낫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이 책은 절판이라 도서관에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책이 왜 이렇게 빨리 절판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복간되기를 희망한다.
P.S <내셔널지오그래픽 2010년 12월호>에서는 다윗과 솔로몬 왕국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는데, 여기서는 '다윗과 솔로몬의 거대한
통일 왕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라는 핑컬스타인 학파의 주장이 몇몇 고고학자들의 새로운 발견(연대가 다윗과 솔로몬 통치기로 각각 추정되는 유다도시와 구리제련소)에 의해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고 나와 있다.
다윗과 솔로몬 왕국에 대해서는 이 책과 함께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를 참조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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