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를 읽고, 팀 블랙번, 김영사, 2024.

도서관돌이 2024. 12. 20. 17:34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쉽게 볼수 없는 근사한 책이 나왔다.

우리가 평소 곤충에 대한 출판신간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이 다룬 곤충은 나방이다.

나방은 아름다운 나비의 반대말처럼 쓰인다.

주로 태양이 뜨는 낮이 아닌 달이 뜨는

밤에 활동한다고 알려져있어 비호감을 주고

집을 밝히는 빛을 좇아 함부로 들어오는 불청객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날개에 묻은 분가루?는 질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두려움과 싫음은 상당부분 모른다는 것에서 온다.

책을 읽으며 나방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나방에 대한 오해가 봄날 얼음처럼 풀리고 나비처럼 아름다운 대상으로 바라봐진다.

 

특히 지은이가 한국독자를 위해 쓴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낮에 활동하는 나방이 나비보다 3배는 많다고 하고

알려진 생물 중 10분의 1을 차지하는 나방이 없으면 새 대부분이 존재하지 못했을 거라고 하고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매개자 역할을 해 열매를 맺게 한다고 하니

싫어하기는 커녕 감사해야 할 존재이다.

책의 원제가 <보석 상자>인 것은 단순 비유가 아닌 것이다. 

 

영국의 생태학자이자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나방을 가만히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의 섭리를 나방을 통해 알려주는 서술방식을 택하여

자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함은 물론 나방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저자는 나방이 중요 소재로 쓰인 <양들의 침묵> 영화를 언급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괴수 고질라에 등장하는 '모스라'라는 이름의 괴수도 나방이다.

고질라의 세계관에서 모스라는 인간에게 우호적이고 선과 정의를 해하는 괴수로 등장하는데

단! 인간이 지구의 균형을 깨뜨리면 적대적으로 변한다.

 

확실히 지금처럼 인간이 지구를 괴롭히는 문명사가 계속된다면

자연이 모스라가 되어 우리를 적대시할 것이다.

 

덧. 한국 나방을 실컷 보고싶은 사람을 위한 사이트

https://inaturalist.ca/projects/korean-mot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