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내일 또 만나 깃대종을 읽고, 김명철, 북플랫, 2024.

도서관돌이 2024. 10. 29. 15:35

깃대종이란 말이 생소할 것이다.

영어로는 flagship species를 말한다.

플래그쉽은 지휘관이 사용하는 배를 뜻하는데 오늘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 상품 등을 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깃대종은 여러 동물 중 인간의 마음을 특별히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든 동물은 동등하겠지만

특별히 사람의 마음 속에 쏙 들어 사람들이 자연에 관심을 갖게하고 자연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상징이 되는 동물이라고 한다.

 

책은 깃대종을 중심으로 한 심리학자의 자연보호/생명보호/생명존중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에서 서양사와 심리학을 전공하고 성격심리학 석박사가 생태에 관한 책을 펴내다니

희한한 일이다.

 

저자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작은 섬을 가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바다거북을 마주했다. 불과 일주일 머물렀지만 그때의 기억은 저자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았고 이후 저자의 행동과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렇게 생태주의 심리학자가 되어 <지구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책에 이어 <내일 또 만나 깃대종>으로 생태존중 정신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지구에서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도 많고 현재 인간이 멸종시키고 있는 동물도 많지만

하나하나 관심을 두긴 어렵다.

결국은 인간이 자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특별히 홍보효과가 뛰어난 동물이 자연스럽게 대두되기 마련이다.

살얼음 위에서 위태롭게 걷는 북극곰은 기후온난화의 위기와 중요성을 설명하는 최고의 깃대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책은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심리학자의 에세이 수준을 넘어선다.

동물학자가 힘을 빼고 쓴 교양서처럼 적재적소에 전문적인 식견도 들어가있어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동물들을 진지하게 이해해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고 시민들이 후원하는 단체는 많지만

자연보호단체도 물망에 놓게 된다면 아마 저자로서는 책 쓴 보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책 말미에서 저자가 제시한 행복한 읽을거리(단행본 위주) 

-<통찰과 포옹>, 하워드 가드너(위대한 리더란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영웅과 어머니 원형>, 칼 구스타프 융(더욱 위대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알 수 있다)

-<황금가지>, 제임스 프레이저(위와 같은 욕망이 주술적 문화로 정착되는 심리적 과정을 알 수 있다.)

-[논문]생태적 약자에 드리운 인간권력의 자취-박정희시대의 쥐잡기 운동(우리나라의 쥐잡기 운동에 대해 풍부한 통찰 제공)

-<인간의 그늘에서>, 제인 구달, 침팬지의 지능과 감정/문화에 대한 연구 자료

-<새벽에서 황혼까지>, 자크 바전(서양 원시주의의 본질과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오릭스와 크레이크/홍수의 해/미친 아담>, 마거릿 애트우드(사이언스픽션을 통해 원시주의 사상에 취해볼 수 있다)

-<노인의 전쟁/유령 여단/마지막 행성>, 존 스칼지(위 작품이 너무 무겁고 신랄할 때 대체품으로 첨단기술에 포획되어 인류 본연의 능력과 강점을 잃어버리는 일을 경계하는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