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인간적인 기대감을 갖고 의사를 만나지 않았으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고 스승 같은 벗이요 벗 같은 스승임을 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치료한 국립공주병원에 운명처럼 가게 된 의사는 광화문 빌딩에서 인상깊게 본 시를 쓴 시인이 공주에 있다는 걸 알고 얼른 만남을 청한다.
부지불식간에 국민시인이 된 나태주 시인과 시인이 살고 있는 공주의 국립병원에 재직했던 정신과 전문의의 우정이 만들어낸 책이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에 이영문 정신과 전문의의 주관적 해석과 일화를 담았고 그에 연관한 정신건강의 단상들이 써있다.
보통 사람도 감동하고 공명할 수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도 감상할 수 있고
정신과 전문의의 전문소양 물씬한 에세이까지 만끽할 수 있는
꽤 훌륭한 만찬이 아닐 수 없다.
풀밭에 묻혀 풀밭과 포용하고 있는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을 소모시키는 사회적 자산을 다 내버리고 자연과 한 몸이 돼버리고 싶은
지친 한국인들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글이 많다.
'좋은 친구는 한 사람도 많다'는 서양속담 처럼
느지막한 시절에 좋은 친구가 된 행운을 누리는 시인과 의사가 몹시 부럽다.
더하는 말: 책에는 딱 한 편의 다른 시인의 시가 실려있는데
이영문 의사가 큰아들이 태어났을 무렵 책방에서 무심코 고른 구광본 시인의 <강>에 실린 '강'이다. 수록된 모든 시가 좋았다니 같이 감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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