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100권읽기 가입했고 오늘 처음 글을 올립니다. :)
첫 글은, 나쓰메소세키 <도련님>과 정이현씨 소설 <달콤한 나의도시>입니다. 두 소설은 아무 관련 없습니다. 맥락없게 쓰네요. ^^:;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를 일본 근대문학의 대부라고 하죠. 하도 명성을 많이 들어서, 작년에 대표작이라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샀습니다. 조금씩 읽고 있어요. 아주 조금씩. 지금 한 1/5정도 읽었을까요. ㅎㅎ 거기까지 읽어도 왜 대부인지 아직 모르겠더라구요.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그래서 오늘 서점에 갔을 때 얄팍한 <도련님>을 발견하고 잽싸게 집어들었습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내용은
도쿄태생 도련님이 일본 4개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시골 학교에 가서
오묘한 권력관계와, 신참선생을 골려먹는 학생들과, 입 싼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세상 돌아가는 더러운(?) 이치를 경험하고,
마지막에는 불의에 찬 악인 교감을 통쾌하게 혼내 준다는 청소년 소설 스러운 내용입니다.
글의 매력은, 도련님 입장에서 본 세상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썼기 때문에
(어찌보면 순수한) 20대 초반 청년 주인공이 겪는 좌충우돌을 하소연을,
(이미 세상의 때를 아는) 독자 입장에서는 다 알 것 같은 상황에서 들으며 빙그레 웃음짓게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문체도 간결하고 경쾌한지라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소설이 이런 식으로 쓰여지지만,
1900년대 초반인 당시에는 기존의 중후하고 어려운 고전적 문학양식에 파격을 가져왔던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근대문학의 대부인가. 맞는지 더 찾아 봐야겠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당시 '승전기념일' 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공식 행사 같은 걸 하는 장면이 있더군요. 또 당시 핫이슈를 '러일전쟁 얘기하듯이'라는 표현에서도 전쟁국가이자 승전국의 분위기를 시골 구석 학교까지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퍽 이색적이었어요.
나에게는 전범으로 기억되는 당시 군국주의가
일본사회에서는 승승장구 분위기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도 스며들었겠구나 - 하는, 우리에게는 퍽 생소한 느낌이 확 와닿았습니다.
소세키 소설은, 더 읽어봐야겠지만
다자이오사무나 무라카미하루키 등 일본 작가들 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허무함, 죽음, 탐미주의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집어드는 일본 소설, 특히 근대 작가들 소설에서는 그런 작품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우울할 땐 일본 소설 잘 펴보지 않는데, 소세키의 소설은 발랄하고 경쾌하고 또 세상을 풍자하는 힘까지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 읽어봐야겠어요.
# <달콤한 나의 도시>
물론 드라마를 봤습니다. 좋아하는 최강희에, 멋진 이선균까지. 드라마 하는 날 밤마다 시계를 보며 본방사수를 챙기는 재미로 살았지요.
소설을 다시 보게 된 건, '도시'와 '서른' 때문입니다.
오늘 얼핏 지나친 글에도 "서른은 모두에게 남다른 전환점 임이 틀림없다."라는(비슷한) 구절을 봤는데요.
책에도 그런 구절이 많이 나옵니다.
"일찍이 김광석은 노래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살은 온다. 그렇게 말한 시인은 최승자다. 삼십세에 대한 으리으리한 경고는 너무 흔하다.(13쪽)"
"서른 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우로운 우울일까. (440쪽)"
정말 서른은. 일생일대의 격변기일까요. 이제 서른 넘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지는 게 아닐까. 이제까지 잘 살아왔나, 혹시 못해보면 평생 후회할 일 같은 걸 미뤄두고 살지는 않았나 자꾸 챙겨보게되는게, 서른인가봅니다.
여하튼. 드라마를 보던 기억을 새록새록 들추면서
위와 같은 고민도 곁들여 가면서 소설은 단숨에 지나갑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그녀들의 이야기가 왜 현실감 없이 다가올까요. 그냥 소설 속, 혹은 드라마 속 주인공 얘기일 뿐.
소설에서 주인공은 그닥 부유하지도 않은, 그냥 서민으로 나오는 데도 말입니다.
너무나 괜찮은 두 남자의 대쉬를 갑자기 동시에 받는 것 부터가 평범하지는 않죠. 소심하고 물질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은 여자지만, 왠지 평범한 소시민처럼 혼자 헤쳐나갈 필요 없이, 많은 기회들이 쏟아지는,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고민은 그녀의 고민일 뿐. 나의 고민은 나의 고민대로 헤쳐 나가야겠구나, 소설처럼 극적인 만남들이 데구르르 굴러들어오지 않는 게 현실이니까요.
재미있는. 소설들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그러더라구요. 올해 한반도는 비를 끌어들이는 자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비도 많이 오고 날도 꿉꿉하고, 계획한 휴가나 여행도 날씨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느 우기의 동남아에서 책 한 권 읽고 있다고 생각하려면 좀 위안이 되려나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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