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그신서평단 4

고백 타이밍을 읽고, 주미경, 키다리, 2024.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이 사랑의 감정에 휘말기고 애먹으면서 한단계 성장하는 내용의 동화책이다. 이라는 제목만 봐도 사랑은 해야하는데 뭔가 엇갈리고 맞지 않아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예감을 전달해준다. 동화를 읽으면서 요즘 초등학생의 사랑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사귐과 사랑이 독자적인 가슴앓이로부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흔들림이 아니라좋건싫건 한번은 맞아야 하는 예방주사같이 인식되어모든 친구들이 주목하는 무대 안에서 사랑의 공식 안에 억지로 들어가려는 현대 초등학생의 레디메이드한 단면이 읽혀지기도 한다. 누구를 좋아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것에 대한 의무감이랄까.확실히 8-90년대와는 판이한 사랑법이다.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에 소용돌이치는등장인물들의 수준 높은 ..

오 방울토마토를 읽고, 박지선, 발견, 2024.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방울토마토에 대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나왔다.아마 과일과 채소가 등장하는 책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그만큼 기발하면서도 번득이는 그림책이다. 이 책의 총서명인 '오시리즈'는 2021년부터 딸기를 시작으로 당근, 감에 이어이번에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방울토마토를 등장시켰다. 동물들이 사람처럼 사는 세상에서방울토마토는 크리스마스 케잌 꼭대기를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하지만 케잌 꼭대기는 블루베리가 차지한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탱탱함을 유지하고자 샤워를 하고더 빨갛고 반짝반짝해지기 위해 낮에는 햇볕을 받고 밤에는 달빛을 받는다. 방울토마토가 다음 크리스마스를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중에어린이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할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순록썰매의 순록이 ..

마법의 호박을 읽고, 필라르 세라노, 지양어린이, 2024.

세계 각국의 옛날 이야기를 들어보면우리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가장 일찍 깨우치고 자주하는 말 중의 하나인엄마 아빠를 지칭하는 말이나라마다 비슷하다는 건 역사책에는 담기 어려운 수많은교류와 만남, 뿔뿔이 흩어짐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흥부전은착한 동생 흥부와 못된 형 놀부가 자신의 심성대로제비를 치료하다가 흥부는 복을 받고 놀부는 화를 입는다는우리 고유의 옛날 이야기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아프리카 또는 유럽의 옛날 이야기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이는 누가 누구 것을 베꼈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인간이 모인 곳 어디라면 당연히 상상하고 지어낼만한 이야기라서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과..

북극곰 아빠를 읽고, 조르조 볼페, 라임, 2024.

덩치 큰 북극곰 아빠와 새끼 펭귄의 성장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독일작가가 글을 짓고 이탈리아작가가 그림을 그린 다국적 그림책으로두 사람은 짝을 이뤄 여러권의 그림책을 같이 만들기도 했고몇 권은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북극에 사는 곰과 남극에 사는 펭귄이같은 장면에 등장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역시 어른 곰이 새끼 펭귄을 키운다는 것도 자연의 섭리에는 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힘이다. 펭귄이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서앨버트로스도 등장하고 고래도 등장하여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한다.그리고 찾아오는 북극곰과 펭귄의 이별 과연 북극곰 아빠와 펭귄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추운 배경이지만한 마음으로 지내는 북극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