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마법의 호박을 읽고, 필라르 세라노, 지양어린이, 2024.

도서관돌이 2024. 11. 21. 11:45

세계 각국의 옛날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가장 일찍 깨우치고 자주하는 말 중의 하나인

엄마 아빠를 지칭하는 말이

나라마다 비슷하다는 건 

역사책에는 담기 어려운 수많은

교류와 만남, 뿔뿔이 흩어짐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흥부전은

착한 동생 흥부와 못된 형 놀부가 자신의 심성대로

제비를 치료하다가 흥부는 복을 받고 놀부는 화를 입는다는

우리 고유의 옛날 이야기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아프리카 또는 유럽의 옛날 이야기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

이는 누가 누구 것을 베꼈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인간이 모인 곳 어디라면 당연히 상상하고 지어낼만한 이야기라서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스페인 작가는 어디선가 한국의 흥부전을 듣고

<마법의 호박>을 지은 것일까

아니면 유럽의 비슷한 원형을 가진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어 지은 것일까.

 

어쨋든 한국의 독자에게 흥부전을 연상시키는 <마법의 호박> 그림책은

제비가 할머니로 바뀌고 

박이 흥부로 바뀐 스페인판 흥부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줄거리다.

 

근데 대비되는 두 가족이 선악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 희망과 좌절로 구분된다는 차이가 있다.

 

똑같이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하고 희망했을 때와 부정하고 좌절했을 때의 결과가

어떻게,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은

우리가 자주 잊곤 하는 긍정과 희망의

보이지 않는 힘을 확실히 보여주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