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햇빛 속으로를 읽고, 배봉기, 마음이음, 2023.

도서관돌이 2023. 12. 22. 21:44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장르소설 밖의 순수문학?에서도 동성연애를 다룬 청소년 소설이 나온다는데 놀라움을 가질 수 있다.

 

최근 동성애를 반대하는 어떤 진영에서는

학교나 공공도서관에 동성애를 다루는 책에 대한 검열과 불매를 강요하는 민원을 마구 제기하는 실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학교때 동성친구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그러한 자신의 정체성을 깊은 지하실에 유폐한 차수민은

고등학교 연극동아리 선생님에게 다시한번 사랑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와중에

동아리 선생님이 일인극으로 카프카의 소설을 극화한

'빨간 피터의 고백'을 상연하는데 극속의 주인공인 원숭이에게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지하실에 가두고 거짓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용기를 내 동아리 선생님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자신을 아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지하실에 숨은 진짜 자신을 꺼내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소설은 유머가 없고 그렇다고 작품만의 고유한 심각함으로 독자를 압도하지도 않는다.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고 예상대로 흐른다.

사전 취재가 얼만큼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성애자들의 심리와 상황을 현실감있게 드러냈는가에 대하여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뛰어난 이야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품격은 조금 포기하고 

청소년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의 맛을 강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본작의 미덕을 하나 꼽자면

작중 인용한 카프카의 작품이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으로 건너가 연속 독서할 동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사족, 예전에는 남성을 선호하는 여장남자는 게이

남성을 선호하는 남자는 호모라는 구분이 있었던 듯한데

현재는 게이라고 통칭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