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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를 읽고, 김영란, 창비, 2024.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법조인 중의 한명이 된 김영란씨의 신작 아닌 신작이다. 국내 1호 여성 대법관이면서 세간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붙여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 법률을 추진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책이 신작이면서 신작이 아니기도 한 이유는 원고가 책 자체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가르치는 법학대학원에서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책으로 엮었기에 그렇다. 일반 독자를 위해 정돈된 강의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영란씨는 정보사회가 되면서 점점 더 세력화하고 있는 여론과 그 여론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판결 또는 법적안정성 때문에 법의 감옥 안에서만 망치를 두드리느라 시대성을 잃어가는 기술적 판결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 법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개벽사상과 종교공부를 읽고, 백낙청 외, 창비, 2024.

서양에 완전히 종속된 지금에 이르러 한국철학의 존재를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작 학교에서 배웠던 퇴계와 율곡의 이기론 논쟁 정도가 범인들이 기억하는 한국철학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창작과비평사의 발간인으로 한국에서는 꽤 유명한 축에 드는 대표 지식인 백낙청씨가 좌장이 되어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을 데려와 근현대의 한국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대담집이다. 2023년 백낙청TV에서 진행했던 대담을 글로 풀어 엮었다. 시작은 동학(천도교)에서 시작하여 비교적 종교활동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원불교, 그리고 긍정과 부정을 막론하고 큰영향력을 가진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차례 나눈다. 백낙청씨는 단순히 우리 것이니까 아끼고 관심을 주자는 신토불이식의 민족주의의 발호에서가 아니라 비록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