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
시어머니께서 급발진으로 돌아가신 뒤, 빙의를 경험했다는 김수미씨의 사연을 듣고 언제쯤 한번은 그녀의 글을 보고 싶었다. 빙의처럼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한 때 알코올 중독에 걸려, 화장품 스킨 병에 술을 몰래 담아두고 마셨다는 김수미 씨의 처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책은 시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겪은 빙의와 그것으로 자신이 피폐해지는 과정, 그리고 병을 치유하는 주위 사람들의 노력이 짧은 챕터 안에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빙의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 중 하나에 불과하며, 김수미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 생활인으로서 겪는 세상 이야기가 대다수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딸 아이의 임신 중에 자신의 남편이 바람 난 이야기와 이혼하기 위해 법원에 갔던 이야기다. 난 상상도 못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그녀는 미사여구를 뺀 수수한 문장으로 담담히 고백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원일기>의 조연출인 나이 어린 남자를 짝사랑했던 일, 그리고 장차 큰 스님이 될 총각 스님에게 추파를 던졌던 일까지 읽다보면 김수미와 수다를 떠는 것 같다.
겉표지의 김수미씨는 책 내용에 나와 있는 풍파를 겪은 여자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었다. 선글라스와 신경 써서 멋부린 티가 나는 원피스를 입은 김수미씨를 보며 깨달았다. 블링블링한 신상 구두를 신고, 쉬폰레이스처럼 탐나는 옷을 입은 여자의 아름다움도 세상의 모진 일들을 다 겪고 이뤄낸, 일종의 성취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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