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 브라이언 페이건> 을 읽고...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를 읽고 과거 문명이 이렇게나 자연환경 및 기후변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나 놀라게 된다. 과거 2만년의 역사를 기후변동을 중심으로
풀어간 이 책은 나에게 기후와 문명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기후변화는 문명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재편을 하게끔 만든다.
로마제국의 부침(浮沈)은 유럽의 기후변동과 정확히 맞물린다.
유럽의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를 가름하는 추이대가 북상한 것은 로마제국이
번영한 시기와 일치하며 추이대가 남쪽으로 이동하자 로마의 영향력은 위축되었다고 한다.
태양 복사에너지의 변화로 기후가 건조해진 것은, 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 살던
우바르인의 사회를 바꾸어 놓았다. 비가 줄자 농사를 짓고 살던 이들은 전적으로
관개시설에 의존하게 되었고, 가정의 관심사였던 물공급이 중앙정부에 맡겨지자,
정부의 기능이 커지고 농부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관리와 노동자가 늘어났다.
지은이는 단순히 기후변화가 문명에 준 영향을 서술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사회규모가 커짐에 따라 대규모의 단기적 기후변동에 따른 취약성은
더 크게 증대되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크로마뇽인이나 서남아시아 수렵 채집자들은 특유의 기동성 때문에 대규모 기후변동에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켈트족은 유연한 농경전략과 목축으로 태양열 감소에 따른 불안정한 기후에
대처할 수 있었다. 반면 거대해진 로마제국은 잘 조직된 군대와 확고한 기반시설을 갖추었음에도
기후에 대해서만큼은 취약했고, 추이대 북상에 따른 기온 및 강우량 변화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은이는 로마제국이 문명의 조직도가 낮았더라면 오히려 기후의 압박을 거뜬히 이겨냈을 거라고
지적한다. 마야문명 또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탓에 가뭄에 대처하지 못하고
붕괴했음을 거듭 강조한다.
현대사회도 대규모 재앙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란다. 단기적 가뭄과 이례적인 호우 같은 작고
평범한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만 나아졌을 뿐, 드물게 일어나는 대규모의 재앙에는 예전의 많은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대규모 자연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돌아보면 그의 견해에 절로 수긍이 간다.
또 하나 이 책이 주는 미덕은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동을 거시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심률, 자전축의 기울기, 세차운동 같은 지구궤도 변수들의 변화가 태양열 복사의 강도와
분포의 변화를 초래해서 기후변화를 촉발했고 이를 통해 약 10만년 주기로 빙하기와 온난한 시기가
번갈아 일어났다.
빙하기가 종식되고 1만 5천년 전에 일어났던 지구온난화는 그 주요변화가 유발한 가장 최근의 결과라고 한다,
물론 지은이는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지구궤도의 변화를 인지함으로 지구온난화를 역사적 맥락에서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넌지시 밝힌다.
책을 읽고 있노라니 기후변화가 인류사회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지중해가 상승해 에욱시내 호수가 지금의 흑해가 되어 호수부근 사람들에게 대홍수를 일으킨 사건,
지금 우리가 지구 기후의 조화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기는 자연재해를 신들의 분노라 여기고
기후변화를 통제하기 위해 신에게 제사의식을 거행하게 된 과거 도시주민들의 이야기,등이 흥미롭게 읽힌다.
사진출처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89797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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