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해금의 말들을 읽고, 은한, 문학수첩, 2025.
도서관돌이
2025. 6. 30. 17:39
야금야금 저변을 넓히고 있는 국악기인 해금을 다루는 사람이 쓴 책이 나왔다.
그간 악보집이나 이론집은 더러 있었어도
해금 연주자가 주변부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해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책은 요원했으나
불과 한달전
잠비나이라는 포스트락 밴드에서 해금을 맡고 있는 김보미씨의 책이 나온지 한달만에
또다른 저작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게 어쩐 일인가 싶다.
게다가 이번 책의 저자는
비국악인 출신이니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해금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담고 있다는
차이도 있다.
국어국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안정적인 학교선생님을 꿈꿨던
지은이는 연거푸 고배를 마시게 되고 학원강사 취업에도 실패하자
'죽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죽음을 앞두고 1년 정도는 이승에서 맘껏 살아보고자
떠올린 아이디어가 취미로 배웠던 해금 연주자로 길거리 공연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길 위에서 사람들과 해금을 통해 만나게 된
국문과 출신 해금연주자인 저자는 임용고시 합격이 전부였던 인생에 다른 문이 있음을 발견하고
오늘까지 죽지 않고 잘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동반자인 해금과 쌓아올린 추억과 현재를 반추하는 책을 내고
독자들의 마음까지 파고들고 있으니
멋진 반전 인생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해금에 대한 순수한 관심에서 들여다봐도 좋고
진로의 갈피에서 방황하며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방향을 보며 화려하게 회생한 저자의
인생 드리프트에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정말 인생 모른다. 그러니 일단 살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