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도서관 이야기(자유게시판)

꿰뚫는 세계사를 읽고, 김효성/배상훈, 비욘드날리지, 2025.

도서관돌이 2025. 4. 30. 17:30

어떤 대상에 대한 평가가 한 가지 일수가 없다.

집에서는 자상한 아빠가 회사에서는 매우 근엄하고 엄격한 회사원일 수 있다.

 

한국 현대사 측면에서 보면 가장 극명한 평가의 갈림을 보여주는

인물 중 한 명이 박정희일 것이다.

경제발전을 시킨 공로는 있지만

독재의 허물 또한 크다.

둘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그래도 식민지배와 동족상잔 전쟁의 폐허와 가난을 딛고 우리를 이렇게 먹고 살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준 것을 높게 쳐준다면 박정희는 훌륭한 대통령이 된다.

한편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영구한 독재를 꿈꾼 과오를 무시할 수 없다면 박정희는 부하에 의해 죽어 마땅한 대통령이 된다.

아직도 박정희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한국인을 두 부류로 나누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꿰뚫는 세계사>는

현직 고등학교 역사교사와 일반인에게 익히 알려진 얼굴의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뭉쳐 쓴 책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16명의 인물들을

정치가/군인, 왕, 여자, 아메리카 인물이라는 네개의 테두리로 묶은 다음

양면의 평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물의 일대기와 발자취, 관련 사건을 간단히 훑은 다음

별도의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통해 후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들'을 살펴보는 방식을 택했다.

 

책을 쓴 저자의 의도와 목적, 정체성이 훤히 드러나는

머릿말이나 맺음말 없이 단지 본문과 참고문헌만으로 구성된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공저자의 역할 분담이 나와있진 않지만

온통 역사 이야기로 도배된 책에서 배상훈 씨가 감수 수준을 넘어 어느 정도까지 참여했는지도 새삼 궁금한 부분이다. 취미 이상의 탄탄한 역사 지식을 갖춘 자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