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독서일기

일만년의 폭발

도서관돌이 2011. 4. 27. 10:15

 

여태껏 주류 진화론자들은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가 멈추었다는 주장을 해왔다.
인류가 4~5만년전 아프리카를 떠난 후, 문화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더뎌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진화라는 것은 몇백만년의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근 일이만년의 역사는 인간에게 별다른
진화적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게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일만년의 폭발/그레고리 코크란, 헨리 하펜딩>은 그런 생각들을 재고 하게 해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난 5만년동안 인류는 폭풍같은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저마다 많은 생물학적
진화를 거듭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랜 시간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농경으로 인해, 농부들은 수렵채집인과는 달리 근면하고 
참을성 있는 마음을 갖게 됬고, 육체적으로는 농경에 적합한 지구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과학과 수학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경우는, 지적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에 
오랜기간 종사한 까닭에 집단의 평균 지능이 높아진 케이스라고 한다.
 

이 책은 이렇듯 인류진화의 최신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문명의 발달이 이끈 진화의 흔적들을 밝혀낸다.

진화에 따른 변화와 차이들을 분자유전학을 통해 유전자 수준에서 깊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다.

현재 많은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인도-유럽어족 사람들의 기원이 락타아제 (우유 속 락토오스를 소화시킬수 있는 효소)

의 생산을 지속시킨 돌연변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설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락타아제를 계속 생산하게 하는 돌연변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먹을수 있게 된 사람들은 영양상태가 좋아
집단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이 사람들이 널리 퍼져 현재의 인도-유럽어족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유럽인에게 쉽게 정복당한 이유도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가축을 기르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인과 달리 가축화에 따른 전염병에 내성을
지니지 못했다. 덕분에 이들은 유럽인이 가져온 질병에 취약했고, 손쉽게 정복 당하고 말았단다.
저자는 유럽인과 원주민 사이의 이런 면역학적 차이를 유전자 수준에서 상세히 알려준다.

하나의 돌연변이와 그로 인해 생긴 유전적 차이가 인류의 역사를 얼마만큼
바꾸어 놓았는지. 유전자의 변화가 빚어낸  역사의 드라마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책을 완독하고 난 후엔 현대의 정보, 기술사회는 과연 인류를 어떤 방향으로 진화시켜 나갈것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인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