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재난의 기록
|
‘과거의 재난은 다음 재난이 발생할 때 그 위험을 경감시키는데 활용될수 있는 결정적 통찰력과 이해를 이끌어냈다.’
<테라 TERA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을 쓴 리처드 험블린이 한 말이다. 저자는 지속되는 자연재난속에서 많은
공공정책의 실패를 목도 앞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최소한의 낙관론을 견지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재난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했는지,
그리고 그 재난 속에서 어떻게 과학적 이해의 발전을 이룩했는지를 알려준다.
책속에는 과학적 이해의 역사에서 전환점이 된 네 편의 재난 실화 (리스본 대지진, 유럽기상이변, 크라카타우 화산폭발,
하와이 힐로 쓰나미)가 담겨있다. 특히 1755년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리스본 대지진을 다룬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인 인도주의 구호절차가 확립되었고, 자연재해를 신의 심판으로 보던 해석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화염폭풍은 유서깊은 도시 리스본을 한순간에 지옥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수만명의 사상자를 낸 이 지진의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고, 시민과 성직자들은 맹목적인 황금숭배, 성적 방종을
지진의 이유로 꼽으며 여전히 재난을 신의 계획의 일부로 파악하려 했다.
반면 지진의 원인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리스본 재건을 맡은 폼발 후작이다.
그는 지진과 같은 자연현상이 신성으로 규정된 사건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리스본이 불행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도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력이라는 관점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폼발 후작은 재난에 대비한 격자 모양의 도시를 만들고 내진설계도 의무화하며 리스본을 유럽 계몽주의 운동의
중심지로 재창조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존 미첼이라는 학자는 지진발생이 특정지역에 집중한다는 것을 깨닫고, 더 나아가 리스본 지진의 진원지를 추정하기에 이른다.
진앙(震央)과 지진파에 관한 존 미첼의 통찰력은 지진학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처럼 책 속에는 재난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학자들의 노력과 방재시스템 구축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대의 무지와 미신에 맞서, 자연재해를 철저히 합리적으로
대응하려던 이 같은 사람들의 분투는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일본의 대지진을 보며 자연의 광포함 앞에 무기력할수 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에 허무함을 느꼇다. 수많은 사망자와 피난민이
생겨 가슴이 아팠고, 원전 붕괴에 방사능 누출까지 이어져 심적 공허함이 더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며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된
재난사례들을 접하니, 인간이 가진 이성의 힘에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다음과 같은 충고 어린 메시지를 언명한다.
일본 대지진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데, 현시점에서 되새겨 볼만하다.
".......화산이나 지진, 그리고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는 최소한 그 피해를 경감시키고 회복을 앞당길 수는 있다. 미래 세대가 과거로부터의 교훈을 배우게 되는 것은 현 세대인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아마도 구태의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우리가 큰 곤경 속에 빠진 지구를 경험하고
그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선대 사람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나큰 빚을 지고 있듯이, 우리 또한 미래 세대에게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